기획기사
영화와 다큐로 보는 협동사회 경제
“우리들의 넬로는 어디에 있나요?”
위 캔 두 댓 VS 엄마와 클라리넷
1983년, 이탈리아 밀라노는 새로운 전기(轉機)를 맞이하게 됩니다. “바자리아법”이라는 새로운 법이 시행이 된 탓인데요. 정신질환자들을 시설에서의 격리치료 대신 시회 속에서 치료를 하겠다는 의지로 정신병원을 폐쇄하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이를 통해 속수무책 사회로 나오게 된 정신질환자들은 오히려 이런 변화가 혼란스럽습니다. 결국 병원에 소속된 “안티카 협동조합 180” 안에서 이들은 여전히 무기력하게 살아가죠.
2014년, 대한민국 서울, 음악치유를 위해 결성된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에서 십년 간 호흡을 맞춘 8명의 발달장애인들은 독립선언을 합니다. 그들만의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서였는데요. 하지만 앙상블을 위해 필요한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이들에게 너무나 어려운 숙제였습니다.
2008년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영화 “위 캔 두 댓” 그리고 지난해 다큐멘터리 “엄마와 클라리넷”의 이야깁니다. 이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를 다루고 있는데요. 다만 그것들에 대한 이론적인 가르침보다는 사례를 통해 보는 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죠. 다른 듯 같은 이 두 편의 작품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좌 /위 캔 두 댓 오리지날 포스터ⓒ Rizzoli Film ) (우/ 엄마와 클라리넷 타이틀 ⓒKBS )
사회적 약자라 부르지만 그들의 세상 속에서는 모두가 강자
“오늘은 회원총회를 열어볼까요?
함께 모여서 어떻게 하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대화를 할 거예요.
일본인조차도 협동조합이 인적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을 알아냈죠.“
[위 캔 두 댓 중에서 넬로의 대사]
위 캔 두 댓 >>>
이탈리아 밀라노의 패션조합에서 일하는 넬로는 시장이 우리의 가치에 부합해서 유지되어야 하고 시장의 도덕적 부패에 대항하다 결국 좌천이 되고 맙니다.
그렇게 그가 매니저로 가게 된 곳은 정신장애인들이 모여있는 안티카 협동조합 180이었죠. 이들이 하는 일은 고작 우표붙이기 등의 단순노동이지만 그마저도 뒤죽박죽입니다.
넬로는 이들에게 조합원회의를 제안하고 두 가지 안을 내놓는데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갈 것인가, 이윤 추구가 주가 되는 일반협동조합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첫 째, 그리고 무슨 일을 해야 할 지를 정해야했죠. 조합원들은 돈을 벌고 싶어했고 비교적 단순한 마루 시공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 넬로의 태도였는데요. 우표를 엉망으로 붙인 지죠에게 독창적인 디자인이라고 칭찬하고, 맥락없는 얘기와 황당한 제안도 존중합니다. 조합의 이사장 격인 벨키오의 눈치를 보는 이들에게
조합의 결정은 조합의 주인인 여러분이 하는 거라고 알려주기도 하죠.
영화 “위 캔 두 댓”중에서 ⓒ Rizzoli Film
엄마와 클라리넷 >>>
8명의 아마추어 연주자들, 그들은 각기 자폐, 과잉행동증후군,서번트증후군 등의 발달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곁에는 8명의 엄마가 있죠.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이들은 위해 엄마들은 “드림위드앙상블”이라는 연주자협동조합을 만듭니다. 자신들이 없어도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주고 싶었던 거죠. 그렇게 “드림위드앙상블”은사회적기업 인가를 받기 위한 고군분투가 시작되는데요.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는 지도 모르고, 사회성도 없으며 참을성도 없는 이들은 그래도 클라리넷 연주에는 흥미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는 새에 못했던 것들을 조금씩 해내고 있는 중이었죠.
넬로 그리고 8명의 엄마들은 협동조합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중심은 ‘사람’이고 정신장애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인데요. 그들도 가능성과 욕구와 의지가 있으며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필요한 사회인이라는 그런 사실을 말이죠.
불가능 속에서의 발견? 편견 속에서의 승리!
“우린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죠. 사람들은 놀렸고요.
사람들은 우리가 능력이 없다고 했지요.
여길 봐요. 에펠탑, 노틀담성당... 2년 뒤엔 우리가 여기 있을 겁니다.
파리에서 계약을 따냈어요.
우린 계속 발전할 거고, 다른 모든 협동조합의 모범이 될 겁니다.“
[위 캔 두 댓 중에서 넬로의 대사]
위 캔 두 댓 >>>
기술자에게 마루 시공을 배운 조합원들은 첫 의뢰를 받고 의욕이 넘치지만 넬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일이 꼬여버립니다. 목재를 가지러 간 조합원들은 길을 잃고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면 벌금을 내야할 위기에 처한 조합원들은 기지를 발휘해 나무 퍼즐같은 폐목재로 부족한 부분에 시공을 하죠. 현장에 돌아와 기이한 패턴의 마루를 본 넬로는 클라이언트에게 손해배상을 협상하려 하지만 오히려 그걸 본 의뢰인은 예술작품이라며 찬사를 보내는데요. 그렇게 의도치 않게 대박을 친 이들에게 주문이 폭주하기 시작하고 조합원들은 난생 처음 받아보는 월급에 상기되죠.
하지만 독한 약처방 때문에 무기력증에 빠진 루카가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넬로는 이제 조합원들의 건강과 복지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이사장에게 투약량을 줄이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들은 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언하는데요.
정신병원을 나와 새로운 아지트를 만들고 약을 절반으로 줄이며 성공적인 일처리로 승승장구하죠. 이들은 이사장 벨키오를 해임 하고 과묵한 자폐증환자 로비를 사장으로 추대하기에 이릅니다. 협동조합의 원칙 중 하나인 ‘조합원에 의한 관리’ 그리고 조합이 지향하는 민주주의에 철저히 따라야 한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엄마와 클라리넷”중에서 ⓒKBS
엄마와 클라리넷 >>>
드림위드앙상블이라는 팀 이름은 조화와 배려 그리고 사회라는 다양한 의미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반일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는, 혹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는 것들인데요. 하지만 이들에게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하루 4시간의 연습도 다른 사람의 연주를 기다려주는 것도 또 선생님의 지적도... 견디기가 쉽지 않은데요.
그러다 한 번씩 폭발하는 이들의 모습은 협동조합 안에서의 갈등으로 이어집니다. 어떻게든 끌고 가고 싶은 선생님과 장애를 가진 아들이 안쓰러워 포기하고 싶은 엄마들의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말이죠. 계속된 반복을 통해 어렵게 한 곡을 완성하면 또 다시 새로운 곡이 기다립니다. 연주자협동조합으로서 꼭 필요한 것이 다양한 레파토리인건 당연하니까요. 하지만 새로운 곡에 대한 스트레스는 조합원들을 힘들게 하고 엄마들은 아들들의 치료를 위해 시작한 음악이 혹여 이들을 더 다치게 하는 건 아닐까 조바심도 납니다.
엄마들의 간섭이 때론 지나쳐 보이기도 했지만 이상과 목표에 대해 속도나 방법적인 면에서는어떤 협동조합들도 아마 결코 자유롭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결국드림위드앙상블은 30분에 달하는 8곡을 연주해야하는 ‘제주관악제’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죠.
위기는 나누고 성공은 키우는 함께 나눌 수 있는 용기
“의욕을 가져요! 도전을 했기 때문에 실패할 수 있었던 겁니다.
도전을 하지 않았다면 실패도 없었겠죠. 실패로부터 배우면 돼요.
협동조합에서는 비난도 나누는 겁니다.“
[위 캔 두 댓 중에서 넬로의 대사]
위 캔 두 댓 >>>
승승장구하던 안티카 협동조합에게 위기가 닥칩니다. 상승세를 타고 사업확장을 하려던 넬로는 임금을 줄여 재투자를 요구하고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돈이 필요한 이유들을 대며 이에 제동을 겁니다. 더 많은 이익과 확장, 그리고 개인적인 욕구와 필요는 항상 마찰하는 부분이죠. 하지만 협동조합의 가치는 역시 개인의 삶에 기반한 만큼 조합원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영화에서 역시 1인1표 권리행사에 따른 민주적절차를 통해 사업확장은 백지화되는데요. 게다가 마루 시공을 부탁한 클라이언트에게 첫눈에 반한 지죠는 조심스레 연애를 시작하며 새로운 인생을 누리게 됩니다. 하지만 실연의 상처를 견디지 못한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됩니다. 이 사건의 충격으로 넬로는 조합을 떠나고
안티카협동조합은 다시 벨키오 아래로 돌아가게 되죠. 그리고 진짜 자신들이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을 깨달은 조합원들은 넬로를 찾아가 다시 돌아와 달라고 사정하고 그들은 의기투합하게 됩니다.
영화 “위 캔 두 댓”중에서 ⓒ Rizzoli Film
엄마와 클라리넷 >>>
한 곡을 완벽하게 연주해서 무대에 오르기 까지 걸리는 기간은 무려 1년, 하지만 ‘드림위드앙상블’은 무려 8곡에 달하는 곡을 관악제에서 연주했습니다. 사회적기업 인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공연실적을 채우려 다양한 공연무대에 서지만 이들은 음악을 통해 자가치유를 또 듣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있는데요. 8명의 엄마들은 무엇보다 ‘사회성확장’이라는 측면을 가장 반기고 있습니다. 일반 사회 속에 섞이기 어려운 부분을 협동조합이라는 사회를 통해 배워가고 있는 ‘드림위드앙상블’의 모습은 협동조합의 존재이유에도 부합되어 보입니다.
이 두 편의 작품을 보면 협동조합이 어떤 목적으로 생겨나는지 또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 혹은 사회적기업을 준비 중이거나 운영 중인 사람들이 본다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약간의 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인상적이었던 “엄마와 클라리넷”의 마지막 인터뷰를 끝으로 기사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내가 죽었을 때 얘가 뭘 하고 행복하게 살 것인가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예요.
얘가 행복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 수 있게끔 준비하는 것에 내 인생을 다 바쳐도 부족하니까...
[엄마와 클라리넷 중에서 엄마의 인터뷰]
파랑달협동조합에서 기획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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